리뷰 (5) 썸네일형 리스트형 페르소나(2019) 페르소나: 배우 이지은과 네 명의 감독들 '러브세트'가 아쉽다.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섹스에 대한 메타포가 과도하게 노골적이라 재미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단편의 주된 내용은 여성이 여성을 욕망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유의 아빠’인 남성(솔직히 아빠라고 부르지만 아빠 같지 않음)이 두 여자의 공통된 욕망의 대상처럼 보인다. 둘은 이 남자 때문에 경쟁을 시작하는 것처럼 연출되지만 실제로 뒤에 전개될 내용은 그렇지 않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남자를 코트 밖으로 밀어낸 다음부터 시작되는데 여기서부터 아주 노골적인 상징들이 난무한다. 에로틱한 함의를 가득 머금은 장면들은 서로가 서로를 그런 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앞부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섹슈얼 텐션 때문에 후반부의 ‘결혼 안.. 항거(2019) 항거의 포스터를 좋아한다. 군중 속의 유관순. 많은 사람들 중 유관순. 포스터 프레임 너머 유관순은 마치 밖의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냐?' 묻는 것 같다. 그렇지 않나요? 누구나 억압받는 것을 싫어하지 않나요?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보통 숙연해지는데, 그가 감옥에서 겪어야 했던 고문은 2019년을 살고 있는 한국 시민으로서는 상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열사의 자리에 스스로를 대입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렇게까지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고, 결국 위인의 초인적인 정신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항거'에서는 그가 겪어야 했던 고문들을 적나라하게 나열하며(물론 보여줄 필요도 .. 동두천(2017) ‘VR 영화관, 어떤 중간지대’ 익숙한 공간에서 하는 새로운 체험은 영화와 영화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은 영화관이라기보다 어떤 중간지대에 가까웠다.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는 오늘날의 관객과 VR 영화가 상용화된 미래의 관객을 왼쪽 끝과 오른쪽 끝에 각각 위치시킨다면 신촌 메가박스 comfort 4관의 관객들은 그 사이 중간쯤 서 있게 될 것이다. VR은 VR 콘텐츠를 체험하는 사람을 구경할 때 가장 재미있다더니 극장 안의 풍경이 그 증거였다. 영화를 보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영화관 관객석으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으면 관객의 영화 관람을 돕는 스태프가 배정된다. 넘겨받은 VR 장비(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면 스태프가 몇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준 후 영화를 '틀어'준다.. 꿈의 제인(2017) “이건 내 생각인데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어떻게 살아야 해요?' 영화의 예고편에서 나는 뜻밖의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저도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주욱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행복은 어쩌다 떨어지는 체리 같은 것인데, 우리는 체리가 주는 잠깐의 달콤함을 위해 혓바닥을 내밀고 체리나무 아래에서 종일 기다려야 한다고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해요?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 거야?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답을 말하려 하면 나는 곧 이런 형태의 삶이 과연 실현 가능.. 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대니 사람은 구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나 일생동안 가장자리를 향해 걷는다. 노년을 바라본다는 것은 구의 바깥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산소가 희박해지는 것처럼 구의 가장자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관계의 밀도가 옅어진다. 중심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가장자리에 선 인간 안에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공들여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젊음을 사랑하도록 설계된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 몸에서 생겨난 것이라 해도 낡음의 속성이 붙는 순간 바깥으로 밀어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니 밀려나는 이에게 깃든 생각이나 감정은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옅어져 생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구의 가장자리를 향해 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 .. 이전 1 다음